자유

추석 앞두고 흙 마르는 속도가 더딥니다

순
순천도자기1개월 전38
공방을 열겠다고 순천 옥천동 골목에 작은 자리를 얻은 지 반년이 넘었습니다. 오늘 오후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면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작업실 안이 꽤 후덥지근합니다. 창문을 열어두어도 공기가 무거워 지난 수요일에 물레로 차올려 둔 컵 스무 개가 통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전에 초벌 가마를 한 번이라도 돌려보려던 계획이었는데 손에 잡히는 일마다 조금씩 늦어집니다. 혼자 작업하다 보니 흙 반죽부터 성형, 굽 깎기까지 온전히 제 손길이 닿아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명절이 열흘 남짓 남았다는 달력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가을을 맞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습니다. 내일 주일 예배 반주 악보를 미리 챙겨두고 작업대 앞에 앉았는데, 굳지 않은 흙더미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조급하게 건조기에 넣으면 금이 가버리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한숨이 납니다. 오늘은 유독 이 작은 골목 작업실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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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남
남동구우쿨1개월 전

방구석에 안 쓰는 우쿨렐레 악보들 잔뜩 쌓여있는데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옴 😭 취업 준비 시작하고나선 악보 열어본 지도 진짜 백만년은 된 듯 💔

연
연희동그녀401개월 전

그 정도 컵 스무 개면 보통 며칠 정도 자연 바람에 말려야 초벌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

판
판교승훈1개월 전

작년에 카페 차린답시고 몇 달을 집에서 안 나오고 준비만 했거든요. 그때는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곁에 누가 있는 것조차 버거웠는데, 그냥 묵묵히 버티던 시간이 나중에는 조금씩 정리가 되더라구요.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흙을 다듬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서 글을 한참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평
평촌김대리1개월 전

혹시 흙이 빨리 마르지 않을 때 제습기 말고 선풍기 미풍으로 돌려보는 건 어떤가요? ㅎㅎ

영
영아의엑셀일기1개월 전

오늘 오후 광주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습니다. 작업실 내부 공기가 정체되면 물건이 마르는 속도도 평소보다 훨씬 더뎌집니다.

호
호영파파1개월 전

허허, 흙이 안 마르면 조급한 게 당연하죠. 다만 선풍기나 제습기 같은 기계적인 도움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며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공예하시는 분들에겐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신앙생활도 그렇더라구요.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었거든요.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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